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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리랑레코드 폐업...

전국에서 가장 오프라인 음반점이 많은 곳이 놀랍게도 제주도다.

제주시는
아리랑레코드(시청), 보노레코드(지하상가), 전람회(제주여상), 오렌지 레코드(칠성통), 뮤직프라자(남녕고 뒷문), 한라CD유통(신제주 KBS근처), 한림 한곳
서귀포는 동문레코드, 예음사가 최근 2011년까지 있었으나...

내가 서귀포로 사무실을 옮긴 1년새 내가 안가서 그런지...

지하상가 보노 레코드를 제외한 다른 곳들은 모두 폐업을 하였다...

최근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분류도 잘되어 있고 가장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판매 하던
아리랑 레코드 사장님께서 가게를 접으신다고 연락이 왔었다...

얘기를 들었을 때 씁쓸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했다...
인수할 사람이 있으면 인수를 한다지만..... 주변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음반가게를 인수하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몇명 아리랑레코드에 추억이 있을만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가게를 접는데 인수할 사람이 없을까 물어보기는 했으나....

다들 요즘 음반시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안타까워 하기만 했다....

그 후 1주일 후 음반 세일을 한다는 전화를 받았고....
집사람과 애를 데리고 가서 그 동안 사기가 애매하고 겹치는 앨범 몇장 건져오긴 했다.

계산을 할 때 사장님께서도..
'사모님이랑 애는 처음 데리고 오신 것 같네요...'라는 질문에....

'같이 오면 싸울 것 같아서요.....'라고 대꾸를 해줬다........
역시나 많은 지출을 했다고 마누라가 2주가 지난 지금도 계속 계속 계속 곱씹어 울분을 토하며 화를 낸다....
그냥 있다가도 뜬금없이 이 날 CD를 산 얘기를 해버리는 뒤끝작렬 성박사.......

이 중 가장 고민을 했던 놈은
서태지의 - 2009 Seotaiji Band Live Tour - The Mobius (2Blu-Ray & 2DVD) [액정크리너 증정]
이 블루레이 되겠다.... 서태지가 내 마음에서 떠난지 몇년이 되었으나.... 정가대비 50%할인이라는 놀라운 가겨때문에... 4만원에 사게되었고...
나머지들도 뿌듯하게 신난 표정으로 샀지만......

뭐 아래 사진으로 보니 씁쓸하기만 하다....

최근 가끔 제주시 갈 때 들러도 신보가 딱히 없어 빈손으로 나오기 뭐해 한장씩 들고 나오던 기억이 난다..
신보가 들어오지 않던 그때부터 아마 사장님께서는 준비를 하셨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제주도에서 CD를 사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리랑 레코드에 가봤으리라..
음반선물이 유행하던 90년대.... 제주에 많던 레코드 가게에 음반을 뿌려주던 곳도 아리랑 이었고...
요즘 같이 음악에 대한 정보가 없던 시절..... 아리랑에서 CD 뽑기를 하면 가장 꽝의 확률도 적어....

중학교 1,2학년 부터인가...
몇개월에 한번씩..... 모아둔 용돈을 챙겨...
서귀포인 우리집에서 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넘어가..... 거기서 또 지하상가까지(예전에는 지하상가 현재 보노 레코드 위치에 있었음) 30분을 걸어가서... 총 이동시간만 편도 2시간 넘게 걸려... 아리랑레코드에 들려..... 한두장을 아주아주 신중하게 고르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시완레코드의 영향으로 아트락 음반들을 대부분 구입을 했는데.... 지금 가게에 몇장 있길래 그때 아리랑에서 구매했던 음반들 몇장 찍어본다... 그때는 CD한장을 가지고 몇달을 울궈가며 CD가 빵꾸날 때까지 들었던가........

CD를 사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CDP에 CD를 넣고....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아~~~ 똥반을 사버렸다...'며 나의 시간과 돈에 대한 아까움과
'아~ 정말 잘샀다...'며 감동에 눈물을 흘리던 그 추억은...

이제 음반 한두장은 아무렇지 않게 구매를 하고 한번도 돌려보지 않은 음반이 생겨버린 지금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이때 샀던 놈들 돌려본다....

'그래 이래서 내가 좋아했지.... 이 놈 비싸게 샀지..... 이 놈 사고 내가 한달을 학교에 걸어다녔지...' 

 

 

이제는 매장에서 간혹 보이던 노다지 음반들을 구할 수 없다는 점...
노다지 음반들은 중고 음반도 수만원씩 주고 사야한 다는 점..
그 것 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대체 음반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갈피를 못잡고 당황해 하고 있다...

추억이 많았던 아리랑 레코드...... 사진은 못찍었고... 로드뷰로 나마 저장해 둬야겠다.....

 

음반시장에 도움이 될까 멋드러진 음반들은 두세장씩 구매하고 있으나... 나 혼자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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